떠벌이를 진정한 마블 히어로로 만든 '데드풀2'

입력 2018-05-15 14:02   수정 2018-05-15 17:51

데드풀은 미국 만화출판사 마블이 창조한 슈퍼히어로 중 이단아다. 진지함이라고는 터럭만큼도 없이 음담패설을 마구 지껄인다. 그는 싸울 때도 고민 없이 상대를 잔혹하게 제거한다. 이른바 ‘반(反) 영웅’이다.

그의 이런 모습 때문에 마블도 영화화하는 데 주저했다. 첫 편 제작비로 일반 슈퍼히어로물의 절반도 안되는 5800만달러(620억원)를 투입해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내놨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7억8000만 달러의 ‘대박’을 거뒀다. 데드풀이란 캐릭터가 내숭 없이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게 관객들에게 먹혔다. 16일 개봉하는 ‘데드풀2’(데이빗 레이치 감독)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화려하면서도 강력한 액션 신을 그려낸 속편이다.

데드풀은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널즈 분)이 암치료를 위한 비밀실험에 참여했다가 부작용으로 강력한 힐링팩터(치유)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로 거듭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데드풀2’는 주인공이 돌연변이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미래에서 온 전사 케이블(조슈 브롤린)이 돌연변이 아이가 자란 후 자신에게 해악을 끼치기 전에 제거하려 한다. 데드풀은 연인 바네사가 “아이는 우리보다 나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한 말을 지켜주고 싶어한다.

‘천하의 잡놈’ 데드풀을 관객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바네사를 자신의 목숨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데 있다. 그녀가 숨졌을 때 함께 따라죽고 싶어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연민을 자아낸다. 데드풀이 흥행에 성공한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데드풀은 또한 아이를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함으로써 영웅으로서의 체면도 차렸다.

데드풀은 ‘엑스맨’의 울버린을 잇는 캐릭터다. 힐링팩터 능력을 지닌 덕분에 사지가 찢기더라도 재생되는 불사신이란 점이 그렇다. 그러나 성격은 판이하다. 울버린은 말수가 적고 어둡고 우울하다. 데드풀은 유쾌한 떠버리다. 자만심 가득한 그가 내뱉는 말 중 십중팔구는 욕설이다. 극중 데드풀의 육신이 괴물에게 반토막 난 뒤 회복하는 장면은 울버린과 데드풀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데드풀이란 어른의 상체에서 어린이의 하체가 재생돼 아장아장 걷는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한다. 울버린이 회복하는 모습이 이처럼 희화화된 적은 없다.

마블은 데드풀을 키우기로 작정한 듯 싶다. 이번 영화에서 데드풀 곁에 여러 명의 초인영웅들을 동반자로 배치했다. ‘운이 초능력자만큼 좋다’는 여성 도미노, 용기가 하늘을 찌를 듯한 운전사 도핀더 등 이색 영웅들이 눈길을 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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